산행길에 나붙은 리본이 말해주는 것들(2)
길 안내 외 산꾼으로서의 자부심 표현 의미도
리본 글에 나타난 산행의 첫 번째 이유는 ‘산행 그 자체에 의미’
총 891장의 리본 중 산행 이유 내지 동기를 엿볼 수 있는 문구가 적힌 리본은 173장이다.
리본의 글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본 결과 전체의 약 절반이 산행의 의미를
산행 자체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산행객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산에 가는 이유를
저 천공 높이 솟아 있는 산을 제 힘으로 오르내리는 것에
가장 큰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 이유는 앞의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산을 수집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이 땅의 산꾼 중 다수는 ‘몇 산을 넘었느냐’ ‘몇 봉우리를 넘었느냐’ 하는 데에
산꾼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에 가는 그 다음 이유는 ‘자연으로의 회귀’ 이며 이어서
‘어떤 일에 대한 기념’ ‘건강 증진’ ‘기원과 마음의 다짐’ ‘산을 닮고자 함’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순례’ ‘단합’ ‘홍보’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산행 동기를 나타내는 리본 글의 예를 보면
‘영산기맥 종주·백두대간 완주·9정맥 완주·한강기맥 완주’(산행 그 자체에 의미·방장산),
‘萬峰을 향하여 탐방 중’(산을 수집·여항산), ‘
자연의 품속으로’(자연 회귀·수도산),
‘회갑기념 백두대간 종주’(기념·봉황산),
‘암 극복 200개 산 등정’(건강·수도산),
‘앞날에 건강과 행복을… 天地神이시여!’(기원·깃대봉),
‘일도 산행도 열심히 산처럼 밝은 이’(산을 닮음·수도산),
‘이천市 市界 답사’(순례·원적산),
‘다이모스엠시트 단합산행’(단합·가야산),
그리고 ‘목포 하당 보석 찜질방 사우나’(홍보·승달산)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한 재미있는 문구로는
‘오르고 있어도 또 오고픈 산행 길 오르고 또 오르메 또 산이로다’(가리왕산),
‘山! 갈 곳은 많고 갈 길은 멀고 쉼 없이 가보자’(수도산),
‘천산대학 필수과목: 500고지 이상 산을 1000개 넘어야 졸업’(여항산),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청산에 살으리랏다’(수도산),
‘산은 나의 스승이요 주치의다’(여항산),
‘살 좀 빠지게 해 주세요’(고래산),
‘괴산의 명산 미래의 땅 살기 좋은 괴산’(깃대봉) 등이 있다.
리본 게시와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해본다
▲ 리본을 매다는 등산객들.
이번에 리본을 수거하면서 보니 소재가 비닐과 플라스틱인 리본이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와 같이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 리본은 나무를 괴롭히고 토양을 오염시킨다.
리본을 다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철사나 굵은 플라스틱 끈으로 나무에 칭칭 감아 매었다.
그래서 나뭇가지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토양 역시 오염되고 있다.
실제로 승달산의 어떤 나뭇가지는 철사 줄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필자는 이 철사를 푸느라 산행시간이 매우 지체됐다.
그리고 리본 수도 문제다.
어떤 곳에는 매우 많은 리본이 걸려 있어서 마치 무당들이 제를 지내는 곳 같다.
이제 리본을 내거는 사람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리본의 소재는 2∼3년이면 자연적으로 부패해 없어져 버릴
헝겊 등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리본을 나무에 다는 방식도 나뭇가지가 성장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헐겁게 해야 한다.
또한 한 곳에 지나치게 많은 수의 리본이 걸리지 않도록 리본에 대한 욕심을 줄여야 한다.
리본 제작업자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돈만 벌면 된다고 하는 상업적 탐욕으로 주문자가 해달라는 대로 제작해서는 안 된다.
주문자를 설득해 환경에 위해가 없는 리본을 제작해야 한다.
리본을 내거는 산행객과 리본 제작업자의 바른 양식이 요구된다.
등산로에 리본 게시는 필요하다.
이 리본이 길 안내 표지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행객이 쓴 글을 보면 리본 덕분에 길을 찾았다는 얘기가 많다.
필자도 수년 전 겨울에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친구와 같이 명지산에 올랐다가
리본 덕택에 길을 찾아 무사히 하산한 경험이 있다.
만약 그때 리본이 없었다면 조난당했을 것이다.
문제는 환경과 미(美)이다.
아무리 리본이 기능면에서 필요하더라도 환경에 해를 주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환경에 위해를 주지 않고 리본을 내걸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것을 생각지 못한다면 진정한 산악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적인 문제다.
산에 왜 가는가?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이 아름다운 산에 보기 흉한 천 조각이 나풀거리면
그야말로 산행 기분을 잡치게 된다.
따라서 보아서 가히 나쁘지 않는 방식으로 리본을 제작하고 내걸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산행로에 리본을 내걸되
기능과 환경 그리고 미(美) 이 3박자가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 글 송기헌 청운대학교 호텔경영·컨벤션학과 교수
'등산장비,정보 > 등산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점 死點 (dead point) 이란 ? (0) | 2011.01.24 |
---|---|
등산 "이런 리더는 따라 다니지 말자" (0) | 2011.01.24 |
산행길에 나붙은 등산리본(등산용 시그널)이 말해주는 것들 (1) (0) | 2011.01.24 |
등산으로 의료비 줄였다 (0) | 2011.01.24 |
등산 후 무릎 앞쪽 아플 때 (0) | 2011.01.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