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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장비,정보/등산칼럼

산악인(山岳人)들은 왜 산으로 갈까?

by [대전]풀때기 2011.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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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山岳人)들은 왜 산으로 갈까? 
                                 

일반인들이 산악인에게 궁금해하는 이야기 10가지

 

 ◇ 정상 등정 모습. 감동과 희열은 두번째다. 위험천만의 하산길이 걱정되고, 변덕스런 히말라야의 기후 때문에 바싹 긴장되어 정상은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르는 곳이다.



 

 ◇ 등반 후 동상에 걸렸을 때는 발을 온수로 천천히 녹여줘야 한다. 걸을 만하다고 섣불리 움직였다간 동상 걸린 발가락의 조직이 문드러져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등산화 끈이나 아이젠의 밴드를 지나치게 조이면 혈액 순환이 안되면서 동상이 더 심해진다. 따라서 등반이 끝나면 등산화 끈을 느슨하게 해주거나 수시로 마사지를 해준다.



만년설 뒤덮인 알프스나 히말라야 고산은 아무나 쉽게 범접할 수 없는 ‘神의 영역’이다.

하지만 운명처럼 산에 다니는 산악인들은 늘 그곳을 꿈꾸다가

기회만 오면 짐을 꾸려 만년설 뒤덮인 하얀 산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등반을 하며 산악인들은 어떤 생활을 할까,

그리고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까.

고산등반을 해보지 못한 일반인들이 전문 산악인들에게 궁금해하는 것 가운데

열가지를 골라, 현재 왕성한 등반활동을 펼치고 있는 산악인들에게 그 답을 들어보았다.

1.원정경비는 수천만원에서 몇 억원씩 든다고 들었다. 그 많은 경비를 어떻게 마련하나.

히말라야의 8,000m급 고산의 경우에는 1인당 1천만원 정도,

그중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는 2천만원 정도의 경비가 필요하다.

지명도가 높은 몇몇 산악인의 경우에는 스폰서가 붙기 때문에 개인 부담이 거의 없고

오히려 몇 백만원씩 보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 산악인들의 경우 스폰서 받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산악인들 사이에선 산에 오르는 것보다 경비 마련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도 한다.

역시 주변 동료들의 도움이 제일 크다.

보통의 경우엔 동료 산악인들과 선배 산악인들이 능력껏 부담해 원정기금을 모아주거나

등산장비 전문업체들에게 장비지원 등의 협찬을 받는다.

2.원정등반을 떠나기 전 체력단련은 어떻게 하는가. 보약이나 영양식품도 섭취하나?

아무리 고산 등반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훈련을 등한시하진 않는다.

대상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매일 혹은 일주일에 3∼4번씩 달리기를 하거나

30kg 정도의 무거운 배낭을 매고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기본적인 하중훈련을 실시한다.

운동환경이나 조건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스포츠센터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고

심폐기능 강화를 위해 매일매일 수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등반 전 체계적으로 훈련에 임하는 사람들의 경우, 심폐능력향상과 지구력 강화,

LSD(동상방지를 위해 말초혈관을 강화하는 훈련으로 장거리를 천천히 오래 걷는 방법),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

가령, 월요일에 휴식을 취하고

화요일은 인터벌 트레이닝(일정한 간격과 구간을 정해두고 하는 훈련)과 언덕길 달리기를 하고

수요일에는 수영과 스포츠클라이밍,

목요일은 휴식을 취한 뒤,

금요일에 다시 인터벌트레이닝과 언덕달리기.

그리고 토요일에는 LSD,

일요일에는 암벽 및 기술훈련을 하는 등

과학적인 계획을 세워 체력을 유지한다.


매일 기상 후와 취침 전 10분씩 등반과 정상에 선 모습을 그리는 이미지 트레이닝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힘과 의지를 북돋아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훈련은 휴식일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운동을 못할 때는 평상시 술을 줄이거나 보신할 수 있는 음식을 자주 섭취하여

체력관리를 하며 동·하계 장기 등반엔 꼭 참여한다.

 

고산 등반시에는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등반 전 보약(한약)이나

고단백식을 장복하는 것도 좋고,

훈련중에 종합비타민이나 비타민C를 복용하여 피로감을 줄인다.

특히 야채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7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한다.

3.산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들이 쉽게 응해주었나?

산악인의 가족들은 대부분 그들의 산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많이 이해하는 편이다.

그러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원정대 참여에 반대하는 가족들도 많다.

산악인들 중에는 스스로를 ‘무책임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들을 떠나지 않고서는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이나 모험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산악인들은 등반계획이 없는 경우 항상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등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노력한다.


일단 등반계획이 서면 장비·식량·기록·운행일정·행정·의료·계획서 작성·발대식 등의

준비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산악계의 차세대를 이끌어갈 산악인으로 주목받는

박정헌(삼천포산악회)씨 부인인 정정엽(31세)씨는

“결혼하기 전부터 산악인들의 생활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다.

자신의 삶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기에 큰 불만은 없고,

해줄 수 있는 만큼 보태주고 싶을 뿐이다”며

산악인 가족의 입장을 말하면서도 산악인의 가족들은 마음 고생이 제일 클 것이라고 덧붙인다.


“본인은 목숨을 내놓고 가는 거고,

그렇게 되면 가족들로선 버림받는다는 생각에 서운하고 슬프고 그렇다.

또 가는 날까지도 마음 졸이게 되고,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마음이 한없이 아프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못해주는 부분을 엄마인 내가 대신 채워주려고 노력한다.”

4.고산에서 생리현상은 어떻게 해결하나?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히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생리현상이다.

남극의 빈슨매시프(Vinson Massif·4,897m)나 알

래스카의 매킨리(Mount Mckinley·6,194m) 등반시에는 환경조약에 의해

모든 오물을 수거해 와야한다.

그러나 히말라야의 경우에는 오물 처리 규정이 없어 아무 곳에서나 해결할 수밖에 없다.

(매킨리에는 베이스캠프에서 마지막 캠프까지 좌변기가 설치되어있다)

고소에서는 소화시에도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이 먹지 않는다.

또 몸에 흡수되기 쉬운 음료 형태로 먹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횟수는 이삼일에 한번 꼴이다.

보통 베이스캠프와 전진캠프는 임시화장실을 만들어 놓고 사용하지만,

고소캠프에서는 텐트 밖에서 해결한다.

하지만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기온에 폭풍설이 몰아치는 텐트 밖에서 일을 보다간

동상에 걸리기 십상이다.

 

때문에 가급적 소변은 텐트 안에서 빈 용기에, 혹은 햇볕이 가장 센 낮이나

오후 운행이 끝났을 때 밖에서 일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고 추워도 안전장치를 꼭 한 다음 눈을 파고 볼 일을 봐야한다.

잘못하면 수천m 절벽으로 미끄러질 수도 있다.

보통 남성들보다 화장실 갈 일이 더 많은 여성의 경우,

가장 불편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생리현상이다.


베이스캠프에서는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 이용하고

등반중에는 혼자 은밀한 장소를 물색해서 일을 봐야 한다.
그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선? 상상에 맡긴다.

또 보통 두어달의 등반기간 중에 ‘그 일’을 최소 두번쯤 겪게 되는데,

베이스캠프에 있는 동안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카라반 도중이나 등반중에 걸리면 상황을 봐서 해결하는데 대부분 제때를 맞추기 힘들다.

5.곤란을 극복한 뒤 정상에 올랐을 때의 기분은?

일단 호흡을 고르며 몸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곧 피켈에 태극기를 걸고, 등정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한다.

흔히 ‘얼마나 감격적이냐’ 하는 질문을 많이 듣는데, 이런 일 때문에 감격을 누릴 새가 없다.

사실 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고산의 정상에서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벅찬 기분을 누릴 여유가 없다.

항상 긴장한 채로 저산소와 세찬 바람과 싸우며 재빨리 다시 내려가야 한다.

 (산소량은 5,000m 고도에서 평지의 절반으로, 8,000m에서는 약 30%에 불과하다)

 

“죽지 않고 무사히 되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정상은 끝이 아니고 되돌아서는 반환점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 하산중에 조난을 당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여유가 없다.

살아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온통 채운다.

그리고 나서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비로소 감격에 겨워지고 자다가도 웃음이 날만큼 기쁘다.

6.고소 후유증은 어떻게 극복하나. 머리도 나빠진다는데…

등반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것저것 밀린 일들을 하느라 분주하지만,

두어달 멍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한두달 지나면 자연히 회복된다.

고산등반을 많이 하는 이들 중에는 기억력이 많이 감퇴됐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귀국 후 집 전화번호를 잊거나 애인 전화 번호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산의 저압과 저산소가 원인이다.


때문에 등반중에는 고소에 적응하는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가급적 고소에서 오래 머무는 시간을 줄여야 하며,

등반이 끝나면 서둘러 저지대로 내려와야 한다.

등반가에 따라 체중이 많이 줄기도 하고(8∼10kg 감소)

좋아하는 술조차 몸에 받지 않아 못 먹게 되는 사람도 있다.

고소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고,

자연 치유되도록 하거나 귀국 후 과로와 과음 등을 피하고

다른 산행계획을 세워 풀어진 긴장을 추스르기도 한다.

7.즐겁게 다녀온 건 좋은데…. 그 다음 직장 문제는?

어쩌면 제일 큰 문제다.

직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늘 가족에게 신세를 지게 되고 눈치를 봐야한다.

따라서 직장이 있어야 하는데, 짧게는 한달 길게는 삼개월씩 자리를 비워야 하는

고산등반을 여러번 하면서 일반적인 직장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잘못하면 사회에서 무능력자로 찍히기도 한다.

 

자영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원정 준비기간과 원정기간, 정리기간 동안의 수입감소와 지출증가로

2년쯤은 그 후유증이 남는다.

따라서 ‘잘 나가는’ 스타급 산악인들을 제외한 대다수 산악인들은

지속적인 산행을 위해 힘들게 자영업을 한다.

결혼하면 등반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제적인 게 가장 큰 이유다.

8. 식생활이 전혀 다른 나라의 산중이다. 산에서 제일 먹고 음식은?

산에서, 특히 히말라야의 고산에서는 해산물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싱싱한 야채류와 생선회가 가장 많이 생각나고 그

 외에도 삼겹살 구이, 냉면, 김치 등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즐겨먹던 음식들이 제일 먹고 싶어진다.

보신탕도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다.

젊은 산악인들은 콜라나 피자 등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여하튼 평소 먹고싶은 것을 많이 것을 준비해가고,

그게 떨어지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한다.

9.언제 가장 공포를 느끼는가.

정상공격에 나설 때가 가장 두렵다.

마지막 캠프를 떠나 마지막 캠프까지 돌아오는 그 날의 여정이

원정 기간 중 가장 불확실한 하루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등반중 혼자 고립되거나,

 히든 크레바스, 낙석, 혹은 눈사태가 일어나 휩쓸려 내려가기 일보 직전에 처하기도 한다.

이런 위험에 처했을 때도 두려움을 느낀다.

또 등반중에는 조난당해 얼어죽은 오래 된 시신을 넘기도 하고

높은 데서 추락해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보기도 한다.

 

이렇듯 등반하다 죽은 사람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그 공포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부분의 등반가들은 동료의 죽음에 극도의 슬픔과 두려움을 느낀다.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하던 악우가 몇 발자국 뒤에서

혹은 앞에서 미끄러져 추락하거나 깊은 크레바스로 사라졌을 때 엄습해오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극도의 슬픔은 표현할 길이 없다.

10.히말라야의 고산은 위험하고 무섭다. 정말 왜 오르나?

그냥 끌린다.

어렵고 위험해서 무서운 것도 있지만, 산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더 크다.

젊고 강인한 산악인일수록 더 어렵고 더 힘든 등반 대상에 도전하려는 의식이 강하다.

고산과 거벽 등반의 묘미는 오르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에 있다.

마치 마약과도 같은 도전의식과 그 성취감에 산악인들은 늘 고산과 거벽을 꿈꾸는 게 아닌지.

‘왜 오르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는 진짜 쉽지 않다.

 

 - 글 / 정리 최윤진 월간 마운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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