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는 대피소라는게 있다.
예전의 이름은 '산장'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대피소로 바뀌었다.
대피소 안에는 마루로 된 침상이 있고 보통 40~2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시설 이용료로 이불포함 1만원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하는데 성수기에는 예약이 쉽지 않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즐겨찾고 기분좋게 등산하는 곳에 웬 '대피소'가 있는걸까?
나라에서 운영하는 공원에서 백여명이 넘는 인파가 상시로 매일매일 대피를 해야할 일이 있는걸까?
물론 급변하는 악천후가 생길수도 있고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여 진짜로 대피해야 할 일이 있을수도 있다.
(과연 이런일이 일년에 며칠이나 발생할까?)
그러나
일년의 거의 대부분을 평범한 등산객들이 자고 가는 그런 경우가 태반인 경우를 고려한다면
국립공원내의 숙박시설을 '대피소'라고 지칭하는 것은 너무나 과장이고 오바다.
편안한 자연을 느끼는 곳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산장'으로 쓰는것이 현실적으로 맞다.
심지어 비박을 즐기는 사람들은 일부러 대피소를 피하여 대피소 주변에서 아무렇게나 침낭을 펴고 하늘을 바라보며 잔다.
등산와서 하루를 묵고가려는 사람과
정말 재난사태가 와서 대피하러 오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의 거의 대부분 산장에서 자본 경험에 의한다면
거의 99% 사람들이 '대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숙박을 목적으로 한다.
차가 빈번히 다니는 길 옆 노고단 대피소에 대피하러 오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가?
그럼에도 국립공원측에서는 1%를 위한 이름 즉, '대피소'를 고집하고 있다.
국립공원에서 대피를 해야하는 상황이 있다는 것도 우습거니와 (실제로 그렇다면 국립공원 지정이 취소되어야 한다. 위험하니까)
하룻밤 숙박시설을 대피소라고 우기면서 나름대로 소명의식을 갖는다는 것도 정말 웃긴다.
또하나,
어이없는 사실 한가지.
우리나라는 많은 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나라의 관리를 받고 있다.
국립공원 측에서는 등산객들이 안전하게 산을 찾을수 있도록 많은 안전시설을 갖추고 편안한 등산을 위하여 등산로도 갖추고 있다.
그런데 국립공원에서는 등산객들을 묘하게 부르고 있다.
이름하여 '탐방객'
나는 등산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봤지만
등산하러 오지 않고 '탐방'하러 온 사람들은 아직까지 보질 못했다.
나는 이 이상하고 낯선 이름에 대해 도저히 정을 붙이지 못하겠다.
무식해서 그런지 나는 아직 탐방의 자세한 뜻도 모른다.
뭐 보물찾기라도 하러 다니나?
숲속에 문화재가 여럿 숨어 있어서 '탐방'하러 다닐정도가 되나?
솔직히 말해본다면
여기저기 많은 국립공원을 다녀봤지만
'탐방'할만큼 뭘 보여주는 국립공원이 있기나 하나?
국립공원측에서 말하는 탐방의 본질은 지리산 덕유산의 야생화 조금이 탐방의 전부 아닌가?
코펠넣어 배낭메고 등산화 신고 천왕봉 향적봉 대청봉을 탐방하러 오른다는 사람을 여태 본적이 없다.
높은 산 꼭대기에서 호연지기를 느끼고 넓은산을 보며 넓은 마음을 가진다는 사람은 봤어도
탐방하러 온사람은 아직 못봤다.
'이번주에 지리산 국립공원 탐방갈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과연 있나?
국립공원에 있는 산을 오르면 '탐방'이고
국립공원이 아닌 도립공원이나 일반산은 '등산'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국립공원을 오를때는 '등산'화가 아닌 '탐방'화를 신어야 되는걸까?
물론 대피소를 대피하러 오는 사람도 있겠고
국립공원이 있는 명산을 탐방하러 오는 사람도 있을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국립공원을 찾는 주류가 절대로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럼에도 왜 이런 기이한 이름붙임 현상이 벌어졌을까.
짐작컨대,
국립공원이니까 뭔가 색달라야 한다는 기본 의식이 깔려있는게 아닐까?
즉,
국립공원을 찾는 등산객을 그냥 일반 산을 찾는 사람처럼 등산객이라고 하면 국립공원의 품위가 떨어질까봐 그런게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명백한 전시행정이다.
전체 다수가 '등산'을 말하는데 유독 국립공원측만 '탐방'을 말한다.
무슨 전쟁상황도 아니고 작전하는곳도 아닌데 '대피소'라는 말을 사용하게끔 강요한다.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폐지된것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불합리한 구석이 곳곳에 남아있다.
지리산 국립공원 안내표에는 모자쓴 곰돌이 아저씨가 다정하게 웃으며 지리산을 안내하고 있지만
막상 등산로에 들어서면 '곰 출현주의'라면서 포효하며 울부짖는 곰의 현수막을 곳곳에 붙여놓은것을 볼 수 있다. 무섭다.
(이걸보면 지리산은 '탐방'하기에 부적합한 곳이며 안전한 길을 따라서 '관람'만 하여야 한다.)
이게 뭔가 대체.
이미지 포지셔닝의 실패를 말함이 아니라 되는대로 갖다 붙이다 보니까 이런 꼴이 난 것이다.
국립공원측은
하루빨리 등산객을 탐방객이 아닌 등산객으로 인정해야 한다.
대피소도 당연히 산장이라든가 좀 더 친근한 이름으로 붙여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호칭상의 문제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등산객을 탐방객으로 보고 그렇게 여기면 안된다는 뜻이다.
탐방객은 조난당할 일이 거의 없겠지만 산을 오르는 등산객은 조난을 당할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이상 산을 하는 찾는 사람이 무려 1500만명이 넘는다는 조사보고가 발표되었다.
안전사고의 예방차원에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의 전향적인 인식의 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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