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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장비,정보/등산칼럼

[화제] 인터넷 산악회 실태

by [대전]풀때기 2011.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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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산악회 실태 1

 

출처 : 월간 산

 

- 산을 만나는 편리한 통로인가, 위험한 가장무도회인가 -

 

 

 

등반 시스템 미숙으로 추락해

허리가 골절된 모 인터넷 산악회원을 후송하는 구조대.

 

“산님, 달님, 별님, 쏘가리님, 뿡뿡이님…”

언제부턴가 산에서 “~님” 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다.

인터넷 산악회 회원들 사이에 서로 닉네임을 부르는 소리다.

 

인터넷 산악회는 네이버나 다음 카페 같은

인터넷에 기반을 둔 산악회를 말한다.

기존 오프라인 산악회도 인터넷 카페를 개설한 곳이 많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인터넷 산악회는 오프라인 기반 없이

인터넷 카페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의 모임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웹에서 만나 함께 산행하는 모임인 것이다.

컴퓨터를 넘어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요즘,

다양한 인터넷 모임이 활성화되어 자릴 잡고 있다.

회원수가 1만 명을 넘는

초대형 인터넷 산악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소규모 산악회까지 헤아리면 오프라인 산악회 수를 넘을 정도다.

매일 생겨나는 산악회만도 수두룩하다.

 

과거에는 등산학교나 대학산악부, 산악회,

산 좋아하는 지인을 따라가면서 산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마음에 드는 산악회에 가입해

자기가 맞는 시간의 산행에 골라 나가면서 산에 입문하는 경우가 늘었다.

인터넷 산악회를 통해 산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 수로만 따지면

등산학교나 각종 교육기관 등은 비교가 안 될 정도이며

시대의 흐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입 숫자에 비해 산에 대한 몰입도는 떨어지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들이 등산학교나 기존 산악회 등으로 재유입되는 실정이라

인터넷 산악회는 드러나지 않은 산악계의 큰 문이 되었다.

 

인터넷 산악회는 10년 전 등산 붐과 함께 규모가 커졌다.

최근에는 가입만 하고 산행에는 나오지 않는 유령회원들을 정리하며

실산행 위주로 카페 체질을 개선하거나,

산행 인원이 적고 운영자가 소극적인 산악회는 문을 닫는 등,

카페의 거품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그래프로 비유하면

정점에 닿았다가 하강곡선을 그린 후 수평 상태에서 조금씩 상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걷기 붐에 힘입어 산악회보다는

걷기 카페의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까지 수천 명 규모의 인터넷 산악회에서 운영자와 회장 등을 지낸

서울 영등포구의 최 모씨는

“인터넷 산악회 붐은 한 풀 꺾이고

현재 남은 산악회는 나름 내실과 노하우를 다져가는 추세로 바뀌었다”며

"지금은 인터넷 산악회도 오프라인 산악회 못지않은,

오히려 역사는 길지만 활동은 없는 일반 산악회보다

사람 사이의 정이 더 깊은 곳도 많다”고 전했다.

인터넷 산악회도 4~5년 넘게 이어오다 보니 회원들 사이가 친밀해져

오프라인 산악회만큼 사람 사이에 정과 친분이 쌓인 곳도 많다고 한다.

 

 

휴일 북한산을 오르는 등산인파.

 

- 사람이 죽었는데 나 몰라라 -

 

그러나 인터넷 산악회라는 문화가 생긴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는 산악인들도 있다.

산에서 안전을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인터넷 산악회 일행이 북한산 만경대 리지에서 실족사한 적 있었다.

산악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안내를 책임졌던 산행대장은

사고수습에 필요한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도망쳐버렸다.

설악산 공룡능선에서는

갑작스레 눈보라가 치고 기온이 내려가자

체력이 떨어져 낙오된 사람을 두고 내려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3월 14일 ‘윤진영’씨는 트위터를 통해

인터넷 산악회의 일화를 전했다.

“어제 불암산 학도암장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등반자는 헬멧 착용을 하지 않았고,

확보자 없이 주마로 올라가다가 로프가 풀리는 바람에

뒤로 뒤집어져서 두 번 공중회전을 하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15m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사고자는 밑에 깔려 있던 큰 돌에 가슴과 머리를 차례로 부딪쳤습니다.

판단컨대 등반자는 또 다른 등반자를 도우려고 올라갔다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한 듯합니다.

인터넷 산악회 회원인 이들은 등반자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도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았고,

사고 후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해당 카페를 보니 지금은 비공개로 되어 있네요.

인터넷 산악회 우정은 이렇게 얄팍한 것입니다.”

 

이런 등반행태에 대해 코오롱등산학교 ‘이용대’ 교장은

“인터넷 카페에서 자신이 등반해 보지 못한 루트라 하여 무작정 참여해서

현장에서 급조된 자일파트너가 되어 위험을 공유하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 교장은 “줄을 함께 묶는다는 것은 등반을 함께한다는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일 파트너 간에 생명을 담보로 하는 등반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리더의 역할에 대해 얘기했다.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신뢰 없이 함께 동행 하거나

줄을 묶는 급조된 파트너와의 등반은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치명적인 사고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외국 브랜드의 등산복과 배낭을 메고

자신의 등반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랑하며 내세우는

인터넷 산악회 리더들이 있는데,

진짜 실력이 어떤지 어떻게 알고 자기 목숨을 내맡긴다는 말입니까?”

 

등산은 서먹한 관계였던 사람들이 함께 밀고 당기며

함께 산의 위험요소를 극복함으로써 단시간 내에 친해지게도 한다.

안전하게 다녀온다면

등산은 가장 짧은 시간에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이지만,

초보자에겐 목숨을 낯선 사람에게 맡기는 위험한 방법일 수도 있다.

 

 

바위구간을 통과 중인 인터넷 산악회원들.

 

그러나 여러 인터넷 산악회에서 5년 넘게 활동한 수원의 ‘김 모’씨는

“최근에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이 안전에 관한 것”이라며

운영진에서 산행을 공지할 때 코스의 난이도를 상세히 알려주고

답사 산행을 미리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산행 시에 운영진이 선두, 가운데, 후미에서

무전기로 교신해 가며 회원들을 챙기고

팀을 나눠서 초보자들의 난이도에 맞도록

코스를 별도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 산악회들이 노하우를 쌓으면서

안전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산악회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산을 타는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사후 처리가 쉽지 않다.

 

지난해 인터넷 산악회 카페인 모 산방에서

관악산 육봉 등반 중 추락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문제는 사고자의 유가족들이 산악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

법원에서 판결하기를 산행 중 산행발전기금을 걷었으므로

카페지기 및 산악대장은

유가족들에게 몇 천만 원씩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일종의 회비를 산행 전에 받았으므로 유료 산악회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카페지기 20%, 산행 공지자 10%의 책임을 물어

카페지기는 3,000만 원, 산행대장은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었다.

 

이후 인터넷 산악회 사이에

“산악회 기부금은 괜찮지만, 회비를 걷으면 사고 발생 시

그 금액에 상관없이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래서 요즘 인터넷 산악회는 산행 회비라는 명목을 없애고

하산 후 뒤풀이에 필요한 경비를

균등하게 나누는 방식으로 하는 곳이 늘었으며,

회비가 아닌 기부금을 걷는 곳이 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인터넷 산악회들이 회칙을 갖추고 있다.

회원 수가 1,000명이 넘는 대형 산악회들은

회칙을 바꿀 때에는 회칙개정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기존 회원들의 승인을 투표로 결정할 정도로

민주적인 의사결정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회원수가 1만 명이 넘는 30~50대 위주의 산악회 운영진은

“산악회 안에서도 분명 파가 있고 끼리끼리 문화가 존재한다.”

얘기했다.

 

- 40~50대 여성 회원들을 위험한 설릉으로 이끈 대장 -

 

기자는 올해 초 인터넷 산악회의 서울 근교 심설산행에 동행한 적 있었다.

20명 정도의 인원이었고 잔설이 많아 산행대장의 리드가 중요한 상황이었다.

대장은 적설량을 감안했을 때

안전한 법정길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비법정구간인 암릉지대로 회원들을 이끌었다.

40~50대 여성이 반 이상이었다.

회원들은 암릉으로 10m쯤 내려가다 위험하다고 판단,

내려가길 거부하고 다시 되돌아왔다.

적설량이 많고 초보자를 비롯한 여성이 많은 상황에서

위험한 비법정길로 회원들을 이끌고 가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웠다.

한 50대 여성 회원은

“자기 산행능력을 과시하려고

어려운 데로 리드하는 대장들이 있다”고 말했다.

 

 

식사를 즐기는 등산인들.

 

이렇듯 인터넷 산악회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에 대한 소홀함이다.

인터넷 산악회의 이런 단면은 암벽등반에서 곧잘 드러나곤 한다.

‘오봉’이란 닉네임을 가진 이는

산꾼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게시판에

인터넷 산악회의 등반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인수봉과 선인봉에 등반윤리나 배려를 찾아 볼 수 없는 무리들이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우후죽순 식으로 늘어가는 인터넷 산악회 사람들이다.

인터넷 산악회 운영상 등반에 대한 기본 교육 없이

그저 회원모집 차원에서

아무 때나 참가신청만 하면 인수봉과 선인봉으로 떼 지어 몰려다닌다.

그저 먼저 올라갈 줄 아는 소위 대장님 한 분만 있으며

수십 명이 떼를 지어 동일한 루트로 오르게 되니

다른 등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인터넷 산악회의 회원들이 보통 2,000~3,000명이고

많은 곳은 몇 만 명이라니….’

 

“볼트만 박혀 있으면 어떤 루트로도 간다.”

한 인터넷 산악회 대장의 말이다.

난이도는 문제없다.

어디든지 올라간다.

이들에겐 안테나 비밀병기나 낚싯대 비밀병기라는 것이 있다.

볼트란 볼트는 죄다 밟고 잡고,

그래도 모자라면 비밀병기를 이용한다.

이런 대장 밑에서 교육받은 아줌마 아저씨들은

자기 대장의 등반기술이 최고라고 한다.

기본적인 매듭조차 할 줄 모른다.

오직 8자 매듭 하나면 충분하다.

선후등자 확보법이 뭐 필요하랴.

자동 확보장치인 그리그리, 신치만 있으면 자동으로 척척 잡아주는데.

로프도 많이 필요 없다.

10명이든 5명이든 딱 2동이면 충분하다.

대장이 올라가 로프를 고정시키면

나머지들은 그리그리 또는 로프맨 같은 장비를 이용,

그냥 줄줄이 몇 명씩 무더기로 올라간다.

따라서 등반시간도 엄청 단축된다.

내려오면 시간이 남았다고 또 다른 루트에 올라간다.

 

기존루트에서 톱로핑은 기본이다.

남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옆의 다른 등반자들에게 코치를 한다.

결코 인터넷 산악회 사람들을 싸잡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리지든 암벽이든 누구나 등반할 수 있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최소한 기본기를 익힌 후에 오르는 것이 순리이건만

이러한 것을 무시한 일부 인터넷 산악회가 모두를 욕먹게 만든다.

 

특히 대장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시대를 역행하는 인공등반이나 암벽면에 홀드를 파내어 만드는

닥터링 같은 것은 진정 피해야 할 망동 이다.

요사이 대부분의 등산학교 입교생들이 현저히 줄고 있는 추세다.

굳이 비싼 돈 들여 등산학교에 입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산악회에 들어가면

무료로 암벽등반을 가르쳐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인터넷 산악회를 이끌고 있는 대장들이

주로 등산학교 출신들이라고 한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기껏 올바른 등산교육을 시켜 졸업시켰더니

인터넷 산악회 대장을 하면서 온갖 악행(?)을 다 하고 있으니…

한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인터넷 산악회에서 암벽등반 대장을 하고 있는 K씨는

“새치기 등반을 하던 모 산악회의 연륜 있다는 아무개씨,

‘질서를 지켜서 등반해야죠’ 얘기하니 ‘야!’ 로 시작해서 쌍소리 섞어가며

‘등반 짬밥 얼마나 먹었어! 니가 등반을 알아?’ 하고 큰소리치더군요.

기존 산악회의 횡포도 만만치 않아요.” 라고 얘기했다.

코오롱등산학교 이용대 교장은 등반에 있어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최근 등반현장에서 만나 급조된 파트너와 줄을 함께 묶고

위험을 나누는 일은 등산의 대중화가 가져온 부산물입니다.

각자가 진정한 리더를 식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일이 중요한 때입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등산의 세계를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훌륭한 리더를 선택하는 일입니다.”

기자는 40~50대가 주축인 인터넷 산악회 산행에 몇 번 참가했다.

회원수가 1만 명이 넘는 산악회여서

주말산행에는 6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

산악회 운영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

평일 비정기산행에선 10명 내외로 인원이 적은 편이었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 당일산행이었고 비법정등산로를 가는 코스였다.

산행대장은

“시장통처럼 등산객이 많은 도봉산이지만

비법정길로 가면 조용한 낭만이 있다”

비법정길 산행의 장점을 얘기했다.

그는 “비법정 길을 갈 때는 그 길이 아무리 좋아도

인터넷에 코스를 자세하게 올리지 않는다”

“자연보전을 위해 비법정길이 사람들에게

무책임하게 확산되는 건 막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는 관대해서

비법정길을 가는 데 그치지 않고 화기를 사용해 라면을 끓였다.

화기 사용은 법정구간을 가는 다른 대장의 산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산행에는 운영진 한 명과 산행대장이 동행했는데

운영진인 40대 여성 L씨는

“산악회 안에 여러 명의 대장이 있다”

“대장의 성향에 따라 산행의 난이도가 나뉘고

암벽등반이나 리지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산악회는 안내산악회보다 저렴하고 인간적이다”

 

인터넷 산악회에서 2년 정도 활동했다는 50대 남자 회원은

“인터넷 산악회가 안내산악회보다 저렴하고 인간적이다”

장점을 얘기했고

“다만 초보자가 많아 속도가 더디다”며 불편한 점을 말했다.

 

운영진은 일부 회원의 무책임함이

산행을 진행하는 데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지방이나 먼 곳으로 산행 갈 경우

신청을 받아 인원수에 맞게 차량을 섭외해야 하는데,

신청만 해놓고 산행 당일 나오지 않거나 취소하는 경우

나머지 참가자들이 불참자들의 비용까지 떠맡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또 산행 참가자가 보통 수십 명씩 된다며 관리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임의로 후미대장을 시켰는데 술을 많이 마시거나,

선두에 먼저 보냈는데 길을 잘못 찾아갈 때 곤혹스럽다고 한다.

 

산행 중 자연스럽게 회원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는데,

대화의 반은 다른 회원을 비방하는 내용이었다.

산행에 오지 않은 회원부터

심지어 몇 미터 앞에 가는 회원의 흉보기까지 이어져

듣고 있으면 본 적도 없는 사람임에도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했다.

 

마침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었는데,

“누굴 찍으면 안 된다. OO회원을 찍어라”는

구체적인 얘기가 오갔다.

투표는 회원 모두가 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정기산행에 몇 회 이상 참석해 등급이 상향 조정된 사람들에 한해

투표권이 주어졌다.

 

비방 내용의 일부는 문란한 이성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모두 유부남, 유부녀들이었고

산악회가 이들의 불륜을 위한 만남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불륜을 저지르는 경우는 극소수겠지만

회원 상당수가 다른 이성과 함께 등산을 한다는 것을

인터넷 산악회만의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었다.

오래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가정이 있는 이들이었지만

부부가 함께 나오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기자에게도 난감한 제안을 해 온 여성회원이 있었다.

그는 “다시 오면 오늘과 똑같은 산길로 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모르겠다고 하자 “나랑 내일 단 둘이 와보자.”고 하여

기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폐쇄된 등산로를 오르는 인터넷 산악회원들.

 

- 인터넷 산악회는 불륜 양성소? -

 

지난해 한 포털의 토론 게시판에

‘산악회에서 불륜?’이라는 글이 올라온 적 있었다.

배우자가 인터넷 산악회에 자주 나가는데 불륜이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장문의 답글 71건이 올라와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의견의 반 정도는 인터넷 산악회가 불륜의 온상지라는 얘기였고

나머지는 등산을 좋아하는 것이지, 불륜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의견을 낸 사람 중에는

실제로 인터넷 산악회 때문에 이혼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내가 인터넷 산악회에 중독되어 이혼했다”

“가정도 아이도 돌보지 않는 사람을

산악회에서는 착한 사람, 진정한 산악인으로 칭찬이 대단했다”고 한다.

또 그는 “저도 전처를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 산악회 세 번 갔는데

불륜 커플 둘을 확인했다”

“카페지기에게 들은 바로는 자기 산악회도 한 번 있었고

다른 산악회의 경우 불륜 커플을 종종 본다.”고 전했다.

 

‘영후’라는 닉네임을 쓰는 네티즌은

인터넷 산악회가 불륜의 온상지라는 건 오해라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인터넷 산악회 가입하고 산행한 지 5년째인데요.

그런 것 없습니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산악회가 있다는 풍문은 들었습니다.

산에 가면 일행 중 절반은 산행하고

절반은 산행도 하지 않고 술 마시면서

산행한 일행 기다렸다 합류해서 또 술 마신다는….

물론 싱글끼리 서로 산도 좋고 사람도 좋으면 그런 일이 있지요.

싱글끼리 그러는 건 인정해 줍니다.

그러나 유부남 유부녀가 그러면 눈총 받습니다.

산행 참석 못 합니다.

둘이 서로 좋아 사귀면 둘이서만 산행하지, 산악회는 왜 오나요?

그리고 산행하면서 손 잡아준다는 것 말인데요.

주로 처음 오신 여성분들 리지화 착용 안 해서

바위에서 많이 미끄러집니다.

그럴 때 잡아줍니다.

일대일로 누가 누굴 잡아주고 하는 게 아니고요.

산행대장들이 잡아줍니다.

인터넷 산악회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은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인터넷 산악회에 대해 산꾼들이 즐겨 찾는 게시판에도

여러 사람의 의견이 있었다.

‘남성남’이란 닉네임의 네티즌은

“인터넷 산악회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성을 꼬드겨 놀아보려는 사람들로 우글거린다.

별의별 감언이설과 자기과시를 해도 알고 보면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많다.

남자든 여자든 인터넷상으로 만나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셀말’이란 닉네임의 네티즌은

“온라인 모임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간혹 있다.

동호회에서 특정기간 동안 활동하면서 이미지 관리 잘해서

사기 치는 사람도 실제로 봤다.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은 그 사람의 과거를 모르기에

가능한 부정적인 단면이다.”

인터넷에서의 섣부른 대인관계에 조심할 것을 권했다.

 

네티즌의 말처럼

인터넷 산악회를 통하면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자판기를 누르면 나오는 인스턴트 산행인 것이다.

산에 같이 갈 동행이 없을 때 쉽게 동행을 구할 수 있고,

모르는 코스도 원가에 가까운 비용으로 안내를 받아 산행할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하고 합리적이지만 위험도 있다.

모임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탈퇴해서 또 다른 모임에 가입하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대인관계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 산악회다.

 

인터넷 산악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기 전에

이름이나 직업 등 자세한 사생활은 캐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닉네임과 나이로 통한다.

마치 가면을 쓰고 사람을 만나는 가장무도회와 비슷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의 심리에는

작건 크건 이성에 대한 기대 심리가 은연중에 있기 마련이다.

 

회원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보면

인터넷 산악회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달리 보면 외로운 사람들이 인터넷 산악회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배우자는 안정된 직업에 벌이도 나쁘지 않고

아이들이 성장해 시간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외로움과 스트레스가 생겼고 이를 풀 방법을 찾다

산악회를 찾은 이들이 많았다.

등산을 통해 이를 풀 수 있다면 산은 값지고 고마운 공간이 될 것이다.

반면 비정상적인 만남의 공간으로 산을 활용한다면

자연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은 퇴색될 것이다.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산은 위험한 가장무도회장일 수도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뜨는 즐거운 만남의 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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